미얀마의 더위가 한창 무르익어가던 2월의 중심. 월드투게더 미얀마 지부와 협력하고 있는 로컬NGO KT Care직원들과 처음으로 장거리 필드트립을 떠났습니다. 그동안 월드투게더의 의료지원으로 구개구순열 수술을 받은 아이들을 다시 만나고,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오지의 주민들을 찾아가 저희가 지원할 수 있는 부분들을 확인하기 위한 여행길이었지요.

양곤에서 차로 다섯시간일 뿐인데도 바깥 풍경은 너무도 다릅니다.
제게는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이 제법 좋았지만, 아픈 이들에게는 필요한 모든 것이 너무나 멀리 있었습니다.

두 밤을 묵게 될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수혜아동의 가정을 방문하였습니다. 첫번째로 찾아간 흐닌은 두 해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 고모,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데, 한 후원자님의 도움으로 지난해 말 구개열 수술을 받았습니다. 다섯살의 나이에 수술 전 군대의 여성장교가 되고 싶다는 꿈이 인상적이었던 아이입니다.

  

흐닌의 집에 들어서자마자 아이가 달려와 제게 안겼습니다. 우리가 만난건 병원에서의 짧은 시간이었을 뿐인데, 아이는 여전히 절 기억했습니다. 손님을 극진히 환대하기로 유명한 미얀마답게 따뜻한 차와 집에서 손수 만드신 과자를 대접받고, 수술 후 아이가 어떻게 지냈는지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Q. 흐닌은 수술 후에 어떠한가요?
A. 먹고 마시는게 훨씬 좋아졌어요. 말하는 것도요. 어린 아이들은 수술 후에 6개월 정도는 꾸준히 발음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서, 학교에 다니며 열심히 연습하고 있어요. 수술 후에 훨씬 밝아지고 활동적인 것같습니다. 자신감도 생기고요.

Q. 흐닌의 장래희망은 뭐예요?
A. 이제는 장교가 아니라 선생님이 되고 싶대요.

Q. 학교에서 아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급합니다.
A. 전에는 흐닌이 말하는 것이 어눌해서 따돌리는 아이들이 많았어요. 지금은 아무 문제 없고요. ^^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며 너무 잘 지내고 있습니다.

Q. 후원자님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아이가 변화하는 모습에 기쁠 다름입니다. 이제 흐닌도 더 이상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는 걸 알아요. 아이가 남들 앞에서 당당하게 설 수 있도록 도와주신 후원자님, 그리고 월드투게더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열심히 키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얼굴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던 가족들을 보며 우리가 하고 있는 사업이 단순히 환자만 치료해주는 것만은 아니구나 생각했습니다. 흐닌으로 인해 가족들 모두에게 웃음이, 행복이 퍼지고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고등학생 봉사단의 후원으로 흐닌과 같은 시기에 수술을 받은 욘이퓨의 집이었습니다. 미얀마 간식을 파는 아버지의 수익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던 가족들은 이제 곧 학교에 가게 될 아이를 몹시 걱정하고 있었는데, 적절한 시기에 구순열 수술을 마치고, 이제는 구개열 수술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Q. 욘이퓨가 수술 후에 달라진 점이 있나요?
A. 전에는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던 아이가 이제는 앞에서 말도 잘하고, 빨리 학교에 가고 싶어 합니다. 입학을 하고나서 따돌림을 받으면 어쩌나 걱정이 컸는데, 아이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니 너무 행복하네요.

눈물 맺힌 눈으로 감사인사를 전하는 어머니 앞에서 제가 오히려 더 감사함과 행복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런 감정들만을 느끼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았습니다. 차를 타고 30분을 더 들어가, 오토바이를 타고 다시 30분. 에야와디 강줄기를 따라 가면 만날 수 있는 친보(Chin bo)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다시 희망을 기다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차례입니다. 마을을 걸으며 사람들이 마시는 식수의 상태를 확인해보니 역시나… 아직까지 미얀마 사람들에게 교육과 위생에 대한 인식이 너무도 부족함을 느낍니다.

  

마을 회관으로 모여든 주민들은 구개구순열 뿐만 아니라 갑상선 질환 등 다양한 질병으로 고생을 하고 있었습니다. 병원이나 약국을 가려면 최소 한 시간이 걸리는 곳에서 사람들은 통증을 참고, 삭히다 그만 큰 병으로 키우고 맙니다. 찾아온 이들의 이름을 우리 사업의 잠재수혜자 명단에 적어나가면서 확실히 도울 수 있는것도 아닌데 괜히 기대심만 키우는 것은 아닐까하고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약속. 그리 말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약속이라 여기고 다음에 찾아갔을 때는 “우리가 도와드리겠습니다.”라고 말씀드릴 겁니다. 항상 부족했지만 때때마다 고마운 분들의 후원으로 저희가 한 약속들을 지켜왔듯이, 지금의 약속도 지킬 수 있을 거라 믿고싶습니다.

미얀마 의료지원사업은 2013년에 시작되어 지금까지 꾸준히 한 길을 걸어왔고, 거창하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이들에게 희망이 되려 노력해왔습니다.
앞으로도 이 걸음을 지속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