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현장 이야기

『우리는 지금 -ing』

 

– 아이들의 얼굴을 카메라에 담으며-
(어린이결연사업)

 

지난 2월, 캄보디아지부로 파견되어 업무를 순조롭게 진행하고 계신
두 한인 간사님들의 지부 생활 중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선별하여
매달 1회씩 사업소식과 함께 소개드립니다.

캄보디아에서는 4월이 가장 덥다고 하지만
3월의 따가운 땡볕도 무시하지 못한다.

3월의 어느 날, 온 몸으로 뜨거운 햇빛을 받으며 기쁨 간사와 함께
어린이결연사업 중 하나인 ‘연간 성장보고’ 조사를 진행하였다.

내가 맡은 임무는 ‘어린이결연 담당’ 기쁨 간사가 조사를 진행하는 동안
옆에서 막 조사가 끝난 결연 어린이들의 사진을 찍는 것이다.

‘뭐 사진이야 그냥 찍으면 되겠지’ 라고 쉽게 생각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후원자분들이 받아 볼 사진이기에
최대한 환한 미소를 찍어 보내야 한다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 준비하는 기쁨간사와 현지직원의 손길이 여간 바쁘기만 하다.

장비라 해야 작은 ‘똑딱이’ 밖에 없고,
누군가를 전문적으로 찍어본 적도 없기에
어떻게 미소를 끌어내야 할지 고민… 하고 싶었지만,
고민할 시간조차 없었다.

결연 아이들이 차례로 신체검사를 마치고 오면
아이들을 여기도 세워서 찍어보고 저기도 세워서 찍어보고,
시간은 없는데 빛을 어떻게 받아야
아이들 얼굴에 그늘이 지지 않고 잘 나올지..

땡볕은 점점 강해지고 입술은 말라가고…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아이들이 잘 웃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두 번째 보는 외국인 여자가
카메라를 자기 앞에 들이밀고 사진을 찍는데
나 같아도 웃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차라리 ‘웃어봐’ 라는 캄보디아 말이라도 배우고 갔다면 조금 나았으려나…
생각해보니 얼굴 사진을 찍어 가는데
인사조차 하지 않은 나를 발견하고,
서툰 캄보디아어로 천천히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이름도 묻고, 내 이름도 말해주었다.
하지만 내 서툰 캄보디아어 덕에
더 이상의 대화는 되지 않았기에
사진을 찍으며 내가 웃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른 입술로 열심히 웃고, 여자아이들에게는 ‘싸앗 나~’ (이쁘다),
남자아이들에게는 ‘썽하~’ (잘 생겼다)라는 높은 음을 나도 모르게 외쳤다.

나중에 현지직원이 아이들 사진 찍는데
왜 그렇게 말을 많이 하냐고 웃으며 말한 것이 생각난다.
그제야 사진작가들이 왜 사진을 찍으며
왜 그렇게 소리를 지르는지 ‘아주 조금’ 알 것만 같았다.

    
△ 이 사진들을 찍는 동안 많은 동네 주민들이 함께 도와주었다.
그들이 함께 웃어준 덕분에 이 친구들의 웃는 얼굴을 찍을 수 있었다.

외국 여자가 알아듣기 힘든 캄보디아어로 높은 음을 내니,
현지 어른들이나 아이들에게 모두 재밌는 구경거리였던 걸까.

사람들이 모여들고, 모여든 사람들이 내 말투를 따라하고,
사진을 찍는 아이들은 또 그 덕에 얼굴에 미소가 조금씩 번졌다.

환한 미소를 보여준 아이들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고맙다’ 라는 말 밖에는 줄 것이 없었지만,
무언가 잘 해내고 있다는 마음에 뿌듯한 감정이 샘솟았다.

이곳에 온지 한 달이 조금 지난 지금,
바쁜 업무 탓에 정신없다는 이유로 평소에 잘 웃지 않았던 것 같다.

이제와 아이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이렇게 많이 웃게 될 줄은 몰랐다.
기쁨 간사는 내게 도와줘서 고마웠다고 했지만,
나로서도 색다른 경험이었기에 마음은 힘들지 않았다.

  
△ 검사가 진행되는 동안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

어린이들의 프로필 사진을 다 찍고,
그제야 신체검사를 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결연 아이들의 성장을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기쁨 간사는 직접 키재기 도구와
발 치수를 재는 상자를 여러 고민 끝에 만들었다.

그 덕에 아이들은 조금 더 편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참여할 수 있었다.
또 몸무게나 키를 잘 잴 일이 없는 아이들도
자신의 신체 치수를 확인하고
신기해하는 모습이 즐거워 보이기도 했다.

  
△ 신체검사를 진행 중인 기쁨 간사와 현지 직원 빨 마라디

신체검사를 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고생한 기쁨 간사와
사진을 찍으며 알 수 없는 말들을 많이 해댄 내가 힘들어보였는지,
고맙게도 중간에 현지직원이 콜라를 사다주었다.

어찌나 반갑던지 소리까지 질렀다.
어쨌든 그 날은 소리 지를 일이 이리저리 많은 날이었나 보다.
물론, 즐겁게 말이다.

글/사진_월드투게더 캄보디아지부 간사 한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