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현장 이야기
『우리는 지금 -ing』


– 뜻 밖에 미션, 미싱교실에 옷 입히기 –

지난 2월, 캄보디아지부로 파견되어 업무를 순조롭게 진행하고 계신
두 한인 간사님들의 지부 생활 중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선별하여
매달 1회씩 사업소식과 함께 소개드립니다.

KOICA 지역주민센터가 개강하고 나서, 늘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날들이었다.

나만 보이는 것이었을까.. 뭔가 아쉬운 풍경이 계속 눈에 밟혔다.

   
▲ 왼쪽 (컴퓨터 교실, 한국어/영어 교실)  / 오른쪽 (제빵교실, 미싱교실)

컴퓨터 교실이나 한국어/영어 교실은
센터의 다른 교실과 같이 깔끔한 반면,

미싱교실은 화려한 제빵교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허전해보여 계속 마음에 걸렸다.

게다가 미싱수업에 관심이 있어 기웃기웃 거리다
미싱 선생님과 친해져서 더 맘에 쓰였는지도 모르겠다.

어느덧, 내 손에 쥐어진 붓과 페인트
최초 계획은 미싱교실 벽면에 수업 사진이
아주 크게 프린트되어 붙여질 계획이었다.하지만 현판가게에서 작은 사진을 넣은 판으로 인쇄한 바람에 다시 제자리..교실 벽면이 큰 도화지로 보이고.. 제빵교실과 같이
예쁜 벽화로 그려지면 참 이쁘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벽화를 그려 넣으면 어떨까요?”
하고 여쭈어보았더니.. 그럼 네가 한번 그려보라는 말씀! (두둥!!)

‘벽화가 그려지면 더 이쁠 것 같다’라는 생각이 현실이 되는 순간..
어느덧 내 손에 쥐어진 붓과 페인트…

미싱 교실다운 도안 그려내기

미싱교실 벽화의 미션은..

“제빵교실과 어울리게 높이나 분위기를 맞춰서 그릴 것”

혼자 끙끙대며 저 큰 도화지 같은 벽에 무엇을 채울까 생각했다.

혹시나 미싱에 대한 벽화가 있을까 싶어서 찾아봤지만,
최신식 미싱기계들만 쭉…… 있는 것이 아닌가.

이곳은 한국처럼 전기를 이용하는 전자동 미싱기가 아니고,
옛날 할머니 때 발로 구르던 미싱기였기에 벽화하기엔
그림을 그릴만한 마땅한 도안이나 사진이 없었다.

그래서 시작된 사진 찍기!!

미싱교실 선생님께 부탁드리고는 미싱선생님을 모델로 삼아
미싱기계에 발 구르는 것을 사진으로 찍고,
미싱기계도 찍고, 미싱도구들도 싹싹 찍어댔다.

   

자, 사진은 다 찍었고, 그런데 이걸 어떻게 배치해야 할지 고민이 시작되었다.

제빵교실과 잘 어우러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고민하길 수차례..

머릿 속 구상대로 종이에 먼저 스케치를 해보았다.

생각한대로, 그리는 대로

스케치도 어느 정도 완성되고 나니
제일 큰 도화지인 미싱교실 벽면에 스케치를 시작해야 했다.

연필이든 볼펜이든, 흰 바탕에 그리면 자국이 다 남기에
한 번에 그리는 게 제일 예뻤다.

그렇기에 더 신중하게 그려야 했다.

막상 스케치 하려고 보니, 낮에는 너무 덥기도 하고
학생들의 수업에도 방해가 될까 하여
업무가 모두 끝난 시간인 한밤중에 스케치를 시작했다.

낮엔 평상시처럼 업무하고,
자기 전에 연필과 지우개를 들고 나와서 스케치하길 이틀째..

생각 같아선 하루 만에 뚝딱뚝딱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밤마다 시간을 쪼개서 그리려니 체력이 금방 한계로 다가섰다.

그래도 스케치만으로 다음날 오는 학생들이 예쁘다고 해주니

어깨가 절로 으쓱으쓱 

익숙하지 않은 페인트 붓칠

스케치를 다하니 “페인트 칠하기” 라는 큰 고비가 남았다.

내 마음대로 안 되는 페인트 붓칠.

지은 간사님에게도 SOS를 청했다.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페인트를 많이 찍어서 바르면..
페인트가 뚝뚝 떨어져 벽에 묻거나 옷에 묻어 버렸다.

지은 간사님과 둘이 번갈아가며 안타까운 소리를 내기를 여러 차례.

힘들긴 했지만, 한밤중에 신나는 노래들으며,
시원한 바람을 쐬며 벽화그리기는 나름 낭만적이기도 했다.

마무리 작업 중…..  그리고 드디어 완성!

머릿속 구상만 며칠.. 더위를 피해 밤마다 그리길 며칠..

나름 고생 끝에 다 그리고 나니,
고맙게도 현지 직원들과 학생들의 벽화 칭찬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미싱을 하고 있는 벽화 속 주인공이 나를 닮았다고 하기도 하고..

뿌듯해졌다. 내게 한번 그려보라고 하신 지부장님께서도
어우러지게 잘 그렸다고 하시니 미션 성공!

벽화를 그리기 전에는,

하얀 벽만 있는 미싱 교실을 보면서, 미싱 수업을 듣는 학생이 적은가.
아니면 미싱교실이 있다는 걸 잘 모를까. 쓸데없는 걱정이 든 게 사실이다.

내가 미싱 교실에 벽화를 그린 이유 중 하나도 벽화를 그리면
학생들이 미싱 교실에 관심을 더 가지고 수업을 더 들을까 하는 바람도 있었다.

벽화를 그리고 난 지금. 미싱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조금씩 늘고 있는 걸 보니..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내 바람이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으니

마음이 아 ~ 주 좋 ~ 다!

글 : 임기쁨
사진 : 임기쁨, 한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