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구개구순열 어린이 수술지원

 

| 입술의 상처가 아물자 마음의 상처도 회복되었습니다.

 

글. 월드투게더 나눔개발팀*사진.월드투게더 미얀마지부

크고 짙은 쌍꺼풀, 국적을 의심하게 하는 높은 코와 날카로운 턱선. 남녀노소 불구하고 멋진 외모는 선망의 대상이자 자산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서구적인 미의 기준 때문에 모자랄 것 없는 외모를 가진 사람들도 한번쯤은 ‘성형’을 고민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우리에게는 단순히 자신을 멋지게 꾸미는 방법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생존과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수술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미얀마의 보건 상태는 열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얀마 정권은 매년 보건 예산을 늘리고 있지만 총 예산 대비 0.5~3%의 예산을 쓰고 있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투자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주요 통계에 따르면 15세 이상 성인 사망률은 1000명 중 336명, 5세 이하 영유아 사망률은 1000명 중 122명으로 이는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주민들은 경제적인 어려움과 접근성 때문에 웬만큼 아프지 않고는 병원에 갈수 없고, 가려고 마음을 먹는다 하더라도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인구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병원과 의료진은 그마저도 양곤과 같은 대도시에 몰려있습니다.

높은 5세미만 어린이 사망률, 낮은 기대수명, 댕기열과 같은 풍토병, 결핵발병률 등 개발도상국에서 볼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중에서 비교적 간단한 수술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한 ‘구개구순열’ 증상으로 고통 받고 있는 어린이들의 수가 상당했습니다. 어째서 미얀마에는 이렇게 구개구순열 환자들이 많은 것일까를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구개구순열은 미얀마같은 일부 개발도상국에서만 발병하는 증상이 아닙니다. 우리도 과거 ‘언청이’라 불리던 구개구순열 환자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그런 환자들을 보지 못하는 이유는 ‘공공의료’ 덕분입니다. 한국의 경우 만 6세 이하 어린이가 구개구순열 수술을 받으면 환자는 수술비의 극히 일부분만을 부담하게 됩니다.

하지만 미얀마의 경우 아시아 국가 가운데 환자가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때 직접 부담하는 비용의 비중이 가장 큰 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소득이 적은 가정은 자녀가 구개구순열을 갖고 있고, 구개구순열 때문에 계속해 어려움을 겪을 걸 알면서도 수술을 시킬 수 없는 현실입니다. 우리는 수요를 조사하면서 미얀마에 그토록 많은 어린이들이 구개구순 증상으로 고통 받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작은 도움으로 충분히 바꿀 수 있는 마음 아픈 현실이었습니다. 우리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구개구순열 환자들은 스스로를 ‘저주받은 영혼’이라고 불렀습니다. 전생에 죄를 많이 지어 지금 벌을 받는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수술 시기를 놓쳐 성인이 될 때까지 수술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집 밖에 잘 나가지 않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부모들도 기형으로 태어난 자식을 세상에 내놓기를 꺼려합니다. 불교가 국교인 미얀마에 뿌리 깊은 윤회 사상도 그들을 옥죄는 족쇄가 되었습니다. ‘기형은 죄악이자 형벌’이라고 여기는 인식 탓에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2012년부터 월드투게더는 수술을 필요로 하는 어린이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작은 도움이면 한 어린이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말에 많은 이들이 구개구순열 어린이를 위한 나눔에 동참했습니다. 온라인 모금사이트에서는 소식을 접한 많은 네티즌들의 참여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수술이 정말 어린이들의 삶을 바꿀 수 있었을까요?

2015년 겨울 그 변화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미얀마 달라타운힙 지역의 수혜 어린이를 찾아갔습니다. 수술이 끝난지 몇 달이 지난 6살 어린이 ‘타논’을 만났습니다. 우리를 보고 꽃처럼 활짝 피어나는 미소를 보았습니다. 수술 전 사진으로 보았던 어두운 표정은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무엇보다 학교에 가기 꺼려하던 모습이 좋아져서 그게 가장 기뻐요.
하루 종일 집안에서 있는 걸 보는 게 마음이 아팠었어요.”

변화는 이외에도 많았습니다. 손으로 얼굴을 가리던 습관도 완전히 고쳤습니다. 손님이 오시면 엄마 뒤로 숨기 바빴지만, 이제는 인사도 하고 말도 거는 등 제법 사교적인 성격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집 안에만 있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던 지난날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습니다. 멀리서 보면 흉터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아직도 낯선 사람을 보면 두려워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아질 거라고 믿어요.”
 
타논의 어머니가 수술의 경과를 묻자 조심스럽게 대답했습니다. 수술 전 불안함에 자신 때문에 타논이 힘든 수술대에 눕게 된 것 같다며 자책하던 모습과는 다른 밝은 모습이었습니다. 입술의 상처가 아물자 마음의 상처 역시 서서히 치유되기 시작했습니다.어머니로서 느끼는 마음의 자책감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한국의 후원자님께 “고맙습니다. 이제야 마음에 가지고 있던 무거운 짐들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제야 마음에 가지고 있던
무거운 짐들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도 수많은 미얀마의 어린이들이 수많은 질병으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교육의 기회 또한 잃고 있습니다. 간단한 수술, 작은 도움의 손길만으로도 이 어린이들의 삶이 달라질 수 있음을 우리는 이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보다 깊고 넓은 변화를 위해 월드투게더는 지속적인 ‘구개구순열’ 수술사업을 지원합니다.

소중한 자산을 기꺼이 내어주신 후원자들의 귀한 사랑이 온전한 빛을 발하기 위해 월드투게더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수술이 가장 필요한 수혜자를 찾는 것, 그리고 수술 후 어린이의 건강을 지켜보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나아가 수술지원이 가져온 놀라운 변화를 성실히 알려드리는 것입니다. 이 변화야말로 후원자가 가장 원하는 선물이기 때문입니다.